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에게 처음 섭외 메일을 보낸 것은 2020년 10월 5일이었습니다. 설득을 위한 첫 만남은 2020년 11월 10일, 첫 미팅은 2021년 1월 27일, 첫 촬영은 2021년 3월 21일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촬영은 2021년 11월 11일에 있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와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주제에 관한 이야기, 사람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눴습니다. 공적인 ‘계약’으로 관계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적인 ‘친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왜 ‘요조’였을까? 아마 초기에는 그 이유를 열개도 넘게 바로 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이것도 인연이고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를 아직 유추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알면서 왜 물어’의 의미가 담긴 눈빛을 보내게 됩니다. ‘왜 요조여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에 점점 성의가 없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도 우리도 ‘개인의 시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는 ‘개인’에 우리는 ‘시대’에 좀 더 초점을 맞추지만 그것은 서로 극복 가능한 차이입니다. 아니 발전 지향적인 차이입니다.
‘요조’에 대해서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게 있습니다. 요조는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며 서점을 운영하고 가끔 영화에도 출연합니다. 그리고 ‘인터뷰어’나 ‘모더레이터’ 같은 외부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다방면의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맞지만 그는 나름대로의 원칙과 지향점 그리고 우선순위를 가진 창작자입니다.
2013년 발간된 요조의 첫 책 ‘요조, 기타 등등’은 지금까지 그가 만든 15곡의 노래와 다른 뮤지션과 협업한 5곡 그리고 그가 추천하는 10곡 총 30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와 기타 악보를 담고 있습니다. 2015년에 시작한 ‘책방무사’는 더 좋은 가사를 쓰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서점입니다. 2017년에 발매한 EP 나.아.당.궁(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는 단편 영화를 제작, 감독하고 그 OST를 앨범으로 낸 기획입니다. 2018년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밝힌 페미니스트 선언은 이 사회가 ‘요조’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문제제기입니다. 이렇게 그동안 좋은 인상을 받았던 ‘요조’의 활동을 정리하다 보니 ‘왜 요조여야 하는가’가 다시 기억에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그의 지속하고자 하는 일관성과 발전하고자 하는 향상성에 매료되었었습니다.
우리는 ‘요조’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심지어 섭외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요조’가 아닌 ‘신수진’이라는 본명을 부르기를 고집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역사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요조’에만 한정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조’ 이전에 ‘신수진’, ‘요조’ 이후에 ‘신요조’까지 모두 담고 싶다고 강변했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이 됐고 초기의 그 방향 설정 덕에 좀 더 입체적으로 그와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인터뷰어 ‘요조’가 인터뷰이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프리뷰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우리는 이 인터뷰에서 ‘요조’를 ‘수진’이라고 호칭했습니다. ‘요조’라는 활동명을 가진 ‘신수진’은 대화를 부르는 인물입니다. 우리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도서관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친구와 나눴던 끝이 나지 않던 대화의 향수를 다시 생각나게 합니다. 우리는 그런 ‘신수진’을 세상에 소개하고 거기에 우리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방향성 한스푼을 추가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리뷰는 바로 그 결과물의 시작입니다.